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두 사람의 말

1.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2.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했어야 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나 먹고 살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하나는 오늘 세상을 떠난 큰 거인의 말
하나는 오월 세상을 떠난 작은 거인의 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모두 가버렸다.
비록 그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고 해도
우린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남겨진 것은 우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9년은 슬픈 한 해이다.

by 흰곰탱이 | 2009/08/18 14:06 | [Remember0523]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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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말.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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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mersault at 2009/08/26 17:25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맛보지 못했다.

->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수정바람 ~
Commented by 흰곰탱이 at 2009/08/26 22:15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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